또 다시 태안화력: 9년 8번 바뀐 하청 비정규직, 외주화가 부른 참혹한 죽음의 진실은? (김충현 사망사고와 다단계 하청 구조의 위험)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다시 비극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지난 6월 2일, 50대 비정규직 노동자 김충현 씨가 선반 기계에 끼여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는 2018년 고 김용균 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지 불과 6년 만에 다시 발생한 것으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 노동자 안전 관리의 심각한 안전 관리 부실을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드러냈습니다. 특히 김충현 씨의 경우, 9년 동안 무려 8차례나 하청업체가 바뀌는 극심한 고용 불안에 시달려왔음이 밝혀져 더욱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비극, 태안화력 사망사고의 전말
사고는 지난 2일 태안화력발전소 정비동 공작실에서 발생했습니다. 김충현 씨는 CVP 벤트 밸브 핸들을 선반 기계로 가공하던 중 왼쪽 소매가 회전하는 기계에 말려들어가 숨졌습니다. 선반 작업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제조업 사망사고 10대 작업으로 꼽을 정도로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고위험 공정입니다. 그러나 사고 당시 현장은 기본적인 안전 시스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사고 직후 한국서부발전과 1차 하청업체인 한전KPS는 김 씨가 '임의로 작업을 했다', '작업 오더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7년 전 고 김용균 씨 사고 당시에도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했다'는 반응과 일치하며, 책임 회피성 발언이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의 조사 결과, 김 씨의 작업은 한전KPS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으며, 심지어 사고 당일 작성된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문서에도 한전KPS 담당자의 서명이 날인돼 있었음이 확인되어 원청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났습니다.

9년간 8번 바뀐 회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불안정
숨진 김충현 씨는 설비 보수 위탁업체인 한전KPS의 2차 하청업체인 한국파워O&M 소속으로, 무려 10년차 숙련공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9년 동안 소속된 하청업체가 8번이나 바뀌는 초유의 고용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태안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이 한전KPS와 1년씩 수의계약을 맺고, 한전KPS는 이를 근거로 거의 매년 하청업체를 바꾼 것이 그 원인이었습니다. 노동자는 그대로인데 회사만 바뀌는 이러한 계약 방식은 발전소 2차 하청 노동자들의 고질적인 현실이며, 지속적인 고용 불안정과 열악한 노동 환경의 주범으로 지목됩니다.
"한 회사가 바뀌는 시점 6개월에서 1년 단위로 회사가 계속 바뀝니다. 그러다 보니까 지속적인 고용불안에 항상 노출이 돼 왔던 거고… 하청 중에도 이런 구조는 참 보기 드물죠. 이렇게 운영되는 회사에서 과연 안전관리라는 것이 가능하겠느냐. 이게 발전소의 2차 하청 노동자들의 현실인 겁니다."
- 김영훈 공공운수노조 한전KPS 비정규직회장 및 최진일 대책위 상황실장
다단계 하청 구조가 낳은 안전 관리 부실의 총체적 문제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복잡한 다단계 하청 구조와 이로 인한 총체적인 안전 관리 부실에 있습니다. 한국서부발전이 한전KPS에 정비 업무를 1차 위탁했고, 한전KPS가 다시 한국파워O&M에 재위탁하는 '하청의 하청' 구조 속에서 김충현 씨는 사실상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습니다.
1. 부재한 안전장치와 형식적인 위험성 평가
- 사고가 발생한 선반 고속 회전체에는 어떤 안전장치도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컨베이어벨트에는 방호시설이 설치되었으나, 선반에는 방호울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조차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공작물 고정도 부실했습니다. 타원형의 고정 어려운 작업물에 '단동척' 대신 '3본연동척'이 사용되어 정확한 고정이 어려웠고, 이는 고인의 신체가 회전체에 말려들어가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 한전KPS가 2023년 작성한 '선반을 사용한 공작물 가공 작업' 위험성 평가표에는 '회전 부위에 접속하거나 말림에 의한 재해'의 위험 점수가 3점(작은 위험)으로 표시되어 있었고, 이에 따라 현재의 안전대책 유지만 권고되었습니다. 그러나 김 씨 본인은 TBM 문서에서 '회전체 감김 주의' 위험도를 '고(高)'로 체크하며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 관리 감독의 부재와 '홀로 작업'의 일상화
- 김 씨는 소속 과장의 관리 감독 없이 공작실에서 홀로 기계 가공 작업을 했습니다. 1과장은 김 씨의 작업을 알지 못했고, 현장소장조차 기계 가공 작업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었습니다. 작업 방법 등은 모두 김 씨의 판단에 따라 진행되었고, 소장은 형식적으로 서류상에서만 승인하는 상황이었습니다.
- 원칙적으로 작업 전 관리감독자와 현장 노동자가 모여 작업 내용, 안전 작업 절차 등을 논의하는 TBM(작업 전 안전점검회의) 문서는 김 씨가 사실상 혼자 작성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문서에 관리감독자와 공사감독자의 서명이 있었으나, 대책위는 형식적인 서명에 불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 2인 1조 작업이 필요한 위험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다단계 하청 시스템 속에서는 관행처럼 1인 작업으로 이뤄졌습니다.
3. 일상화된 구두 지시와 '긴급 작업'의 남용
- 원청인 한전KPS가 계약에 포함되지 않은 작업을 비공식적으로도 의뢰하는 상황이 일상적으로 벌어졌습니다. 작업의뢰서가 없는 경우가 태반이었으며, 예외적인 긴급작업, 돌발작업 시에만 가능한 직접적인 구두 통보를 통한 작업 지시가 관행처럼 굳어져 있었습니다.
- 사고가 발생한 작업 역시 10호기에서 의뢰한 것으로, 당시 10호기는 오버홀 공사 중이었기에 계약상 한국파워O&M이 담당할 업무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위험의 외주화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김용균 참사 이후 7년, 바뀐 것은 없었다
이번 태안화력 사망사고는 2018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 사망사고 이후에도 안전 시스템과 구조적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대책위는 "김용균 사고 때도 기억하시겠지만 용균이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했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했다 라는 반응이 서부발전의 첫 번째 반응이었다"고 지적하며, 사고 이후 회사 측의 대응 방식마저 7년 전과 똑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와 발전사는 김용균 사고 이후 다양한 안전대책을 마련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이행 점검은 주로 원청과 1차 하청에 집중되어 2차 하청 노동자들은 여전히 안전 관리 부실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습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안전 항목 점수가 줄고, 2인 1조 작업 규정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현실은 위험의 외주화가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 정규직화를 위한 외침
대책위는 이번 사고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원청인 한국서부발전과 1차 하청인 한전KPS 모두 중대재해처벌법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들은 또한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내놓았습니다.
- 노조와 유족, 대책위가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보장
-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의 즉각적인 정규직화
- 현장 인력 확충 및 실질적인 안전 시스템 대책 마련
- 원·하청의 공식적인 사과와 유족 배·보상
고용노동부 또한 태안발전소의 안전·보건 관리 실태 전반에 대한 특별감독에 준하는 수준의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위법 여부를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고 김충현 씨가 꿈꿨던 세상: 차별받지 않고 죽지 않는 일터
사고대책위가 공개한 고인의 사무실 책상 사진에는 지인들의 생일, 봉사활동 일정과 함께 '이재명과 기본소득'이라는 책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이기도 했던 그는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하며 "탄핵 가결 후 오랜 여정의 고개 하나를 넘었다"고 블로그에 적기도 했습니다. 그의 동료들은 그를 "발전소 안팎에서 선한 영향력을 미쳤던 사람", "역경을 함께하는 동료"로 기억했습니다.
대책위는 고인이 꿈꿨던 세상이 "일터에서 차별받지 않고 죽지 않는 세상"이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에게 "노동자가 일하다 죽는 세상이 반복된다면, 바뀐 것은 대통령의 이름과 얼굴일 뿐일 것"이라며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태안화력발전소이며,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들은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고 촉구했습니다.
반복되는 비극을 끊어낼 시간
이번 태안화력 사망사고는 단순한 개인의 부주의가 아닌, 고질적인 다단계 하청 구조와 위험의 외주화, 그리고 안전 관리 부실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빚어낸 참사입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낮은 직급, 불안정한 고용, 그리고 열악한 안전 시스템 속에서 매일같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고 김용균 씨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같은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해왔는지를 보여줍니다.
더 이상 '관례'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불합리한 시스템이 지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부와 원·하청 기업은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철저한 진상규명, 그리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고 김충현 씨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모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강력한 제도 개선과 실천이 시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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