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아침 햇살 아래, 정겨운 빨래방망이 소리가 울려 퍼지는 전남 보성의 한 고택. 이곳에서는 잊혀져 가는 전통적인 삶의 방식과 따뜻한 이야기가 숨 쉬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과 아궁이의 장작불처럼, 소박하지만 깊은 의미를 지닌 임흥기, 여수민 부부의 삶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볼까요?
건축탐구 집 한옥 전남 보성 400년 뿌리, 화마를 딛고 다시 피어나다
보성 평야와 병풍 같은 산자락 아래 자리한 임흥기 씨의 고향집은 12대째 이어져 온 400년이 넘는 터입니다. 도시 생활 속에서도 늘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꿈꿨던 그에게 이곳은 단순한 집이 아닌, 뿌리이자 정체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예기치 않은 화재로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하고, 깊은 상실감과 죄책감 속에 그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집을, 그 이상의 의미를 담아 복원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합니다. "어른 터에 이 집을 지어서 조상님 앞에 바친다"는 그의 다짐은 곧 현실로 이루어집니다.
전통을 넘어 예술이 된 한옥 건축
단순한 복원을 넘어, 부부는 안채, 사랑채, 별당, 심지어 개집까지 전통 한옥으로 짓는 정성을 들입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국을 돌며 최고의 한옥을 연구하고, 조상님께 바치는 마음으로 지은 이 집은 멀리서 보면 수백 년 된 고택처럼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자태를 뽐냅니다. 왕가의 건축 양식을 차용한 안채의 지붕 높이는 남편의 자부심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경복궁 회랑을 닮은 특별한 공간, 그리고 아내의 빨래 건조대
여러 채의 한옥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경복궁 회랑에서 영감을 얻어 길게 이어진 회랑입니다. 왕처럼 살고 싶었던 남편의 로망이 담긴 이 공간은 건축가들도 감탄할 만큼 아름답습니다. 비 오는 날이나 햇볕이 강한 날에도 두 채 사이를 운치 있게 오갈 수 있는 실용적인 공간이지만, 그 주된 용도는 아내의 빨래 건조대입니다. "쓰기 나름이야"라는 아내의 호탕한 웃음처럼, 이 집은 웅장함 속에 소소한 일상의 매력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육간 대청에 담긴 지혜와 사랑
안채의 넓은 육간 대청은 높은 천장과 굵은 대들보가 웅장함을 자랑하며, 앞뒤로 문을 열면 여름에도 시원하게 지낼 수 있는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에 적합한 우물마루는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구조입니다. 손님을 맞이하고 차를 나누는 공간이자, '마누라'라는 단어의 어원이 담긴 이곳은 집안의 중심과 같습니다. 겉으로는 남편이 주인처럼 보일지라도, 실제로는 아내를 존중하고 아끼는 부부의 깊은 사랑이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기억과 추억이 머무는 자리
안채 뒤편, 전망 좋은 곳에는 남편이 태어나고 자란 옛 고향집 터에 복원된 또 다른 한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화재로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리고, 시어머니의 경대와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화로 등 소중한 유품들을 간직한 이 공간은 부부에게 가장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땅의 결을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어진 이 집은 단순한 건물을 넘어, 가족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소중한 유산입니다. 아홉 명, 일곱 명의 아이들이 함께 잠들었던 방에 대한 남편의 아련한 추억은 사라질 뻔한 역사를 잇는 숭고한 행위처럼 느껴집니다.
건축탐구 집 한옥, 삶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이는 곳
수백 년 된 살구나무 그늘 아래 정자에 앉아 풍경을 바라보는 부부의 모습은 더없이 평화롭습니다. 잿더미가 될 뻔했던 고향집 터에는 이제 웃음과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한옥들이 자리 잡았습니다. 이들의 노력은 단순한 집 복원을 넘어, 가족의 역사와 전통을 지켜낸 값진 행위입니다. 멋들어진 회랑부터 소박한 온돌방까지, 모든 공간에는 부부의 정성과 삶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내가 복을 받고 태어났다고 나서 생각해"라는 남편의 말처럼, 이곳은 앞으로도 수많은 추억을 쌓아가며 그 가치를 더해갈 것입니다. 가족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인 그곳에, 오늘도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영상주소 : youtube.com/watch?v=ut8xHONh-nY
사진출처 : 유튜브 EBSDocumentary (EBS 다큐) 캡처
사진의 모든 권리는 유튜브 EBSDocumentary (EBS 다큐) 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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