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수도권 곳곳에 '붉은등우단털파리'라는 정식 명칭을 가진 곤충이 대량으로 출몰하며 시민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곤충은 암수가 짝짓기 상태로 비행하는 모습 때문에 흔히 '러브버그'라는 별칭으로 불립니다. 최근 특히 인천 계양산 일대에서 이 곤충의 대량 출현이 보고되면서, 등산객들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계양산을 뒤덮은 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영상이 잇따라 게시되며 '재앙 수준'이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곤충은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익충'으로 분류되어, 그 대량 출현에 대한 시민들의 불쾌감과 환경적 가치 사이의 복합적인 시선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계양산을 뒤덮은 러브버그의 압도적 출현
인천 계양산은 최근 러브버그의 대량 출현으로 인해 등산객들이 큰 불편을 겪는 대표적인 장소가 되었습니다. 온라인에 공유된 사진과 영상들은 등산로 바닥이 붉은등우단털파리의 사체로 빽빽하게 덮여 검은색 아스팔트처럼 보이는 충격적인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심지어 산 정상에서는 날아다니는 곤충들로 인해 시야가 제한될 정도라고 합니다. 한 누리꾼은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은 (산에) 올라갔다가 기절할 것 같다", "사체와 살아있는 애들이 섞여서 두꺼운 장판이 된 수준"이라고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이들은 "사실상 러브버그가 산 정상을 점유했다", "재앙 수준"이라며 불쾌감을 토로했습니다.
이는 비단 계양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초기에는 서울 은평구 등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서 주로 발견되었으나, 최근에는 서울 전역과 경기 지역까지 그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지난 25일 서울 은평구 공원에서는 수백 마리의 붉은등우단털파리가 '결혼 비행'을 하는 모습이 관찰되었으며, 양천구의 아파트 단지에서는 흰색 벽과 자동차에 수십 마리가 붙어있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광명시의 스마트 버스정류장이나 안양시의 차량에도 대량으로 달라붙는 등 도심 생활 공간에서도 민원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서울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9296건으로 전년(4418건)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러브버그, 그 생태적 특징과 확산 배경
붉은등우단털파리는 붉은색 가슴과 검은색 날개를 가진 소형 곤충으로, 주로 고온다습한 환경을 선호합니다. 원래 중국 동남부, 대만, 일본 오키나와 등 아열대 기후 지역에 서식했으나, 국내에서는 2015년 처음 관찰된 이후 해마다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2024년 국립생물자원관의 연구에 따르면 중국 칭다오에서 한국으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한 번에 200~300개씩 알을 낳는 뛰어난 번식력 덕분에 특정 시기가 되면 개체 수가 순식간에 폭증하는 특성을 보입니다.
이들이 도시 환경에서 대량으로 출몰하는 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붉은등우단털파리 성충은 꽃의 꿀을 먹고 살며, 꽃의 색과 유사한 흰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차량의 매연 냄새를 부엽토(낙엽이 썩어 만들어진 흙) 냄새로 착각하여 유인되기도 합니다. 특히 도심의 '열섬 현상'과 같은 기후변화 영향으로 아열대 지역에 서식하던 곤충이 한국에서 서식지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 아파트 화단 정도의 작은 흙만 있어도 대발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환경 적응력이 높은 것으로 관찰되고 있습니다. 올해는 이례적인 고온과 장마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이른 6월 중순부터 출몰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익충'인가 '해충'인가? 시민 인식과 생태적 가치
러브버그는 시각적으로 혐오감을 주고 사람에게 날아드는 습성 때문에 시민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생활불쾌곤충'으로 인식되지만, 생태계에는 도움을 주는 '익충'으로 분류됩니다. 유충 시기에는 낙엽과 유기물을 분해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며, 성충이 되면 꿀벌과 마찬가지로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수분을 돕습니다. 또한 각종 어류, 새, 곤충의 먹이가 되는 등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들이 사람을 물거나 병균을 옮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독성도 없으며,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많은 시민들은 눈, 코, 입으로 들어오거나 옷과 머리카락에 달라붙는 불쾌감 때문에 이로운 곤충이라는 설명에도 '이해는 되지만 용납은 어렵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서울연구원의 여론조사에서는 시민의 86%가 "이로운 곤충이라도 대량 발생해 피해를 주면 해충으로 본다"고 답하며, 시민들이 느끼는 생활 불편이 상당함을 보여줍니다.

러브버그와의 공존을 위한 노력: 친환경 방제와 예방 수칙
이러한 특성 때문에 지자체는 붉은등우단털파리 개체 수 조절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익충인 만큼 살충제 등 화학적 방역은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가급적 피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무분별한 화학 약품 방제는 특정 종의 천적까지 함께 죽여 오히려 대발생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살충제 대신 유인제, 포집기, 살수 작업 등 '친환경 방제'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은평구 백련산 일대에는 광원을 이용한 유인 포집기가 설치되었으며, 특정 향을 이용한 유인제 포집기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광원 포집기는 불을 켜서 유인한 뒤 팬으로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효율이 좋은 편이며, 유인제 포집기는 전기가 필요 없어 장기 유지가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붉은등우단털파리가 7월 중순 무렵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짧은 생존 기간과 햇빛이 강해질수록 활동력이 저하되는 특성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줄일 수 있는 예방 수칙들이 권고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여러 지자체는 다음과 같은 생활 방역 수칙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 야간 조명 밝기 최소화 (불빛에 끌리는 습성 이용)
- 외출 시 어두운 옷 착용 (밝은 색에 쉽게 끌림)
- 벽이나 창문에 붙은 개체는 물을 뿌려 떼어내기 (물에 약함)
- 방충망 점검 및 보수
- 차량 부식 방지를 위해 자주 세차하기 (사체 부식 방지)
- 끈끈이 트랩 설치
- 문 틈새나 창틀에 물 한 컵에 구강청결제 3숟가락 또는 주방세제 세 방울을 섞은 액체를 뿌리기
- 살충제 대신 휴지나 빗자루로 제거
일부 지역에서는 처음 대발생을 겪은 후 참새나 비둘기 같은 포식자들이 붉은등우단털파리를 '먹이'로 인식하면서 개체 수가 줄어드는 현상도 관찰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생태계 내에서의 자연스러운 개체 수 조절의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전문가들은 붉은등우단털파리를 박멸할 방법은 없으며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방제는 필요하지만, 생태계의 균형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후변화의 경고, 공존의 모색

해마다 반복되는 붉은등우단털파리의 대량 출현은 단순히 불편을 넘어선 의미를 가집니다. 원래 아열대 지역에서 살던 곤충이 한국에서 서식지를 넓혀가는 것은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짐작하게 합니다. 미국 곤충학회는 이대로라면 50년 이내에 동북아시아 상당 부분이 붉은등우단털파리 서식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발생했던 대벌레나 동양하루살이의 대발생 역시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러브버그가 주는 불쾌감에 집중하기 쉽지만, 이들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위기에 함께 휘말리고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기후변화는 특정 종의 대량 발생을 유발하는 동시에 꿀벌과 같은 중요한 곤충의 개체 수 감소를 초래하는 등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곤충이 사라지면 먹이사슬이 깨지고, 식물 번식이 어려워져 식량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문화평론가의 지적처럼, 매년 무더기로 찾아오는 러브버그는 우리에게 생태계의 중요성과 기후변화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하나의 경고일지도 모릅니다. 불편함 속에서 공존의 지혜를 찾아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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